손흥민, 인공지능이 뽑은 '올해의 선수' 역전극 AIMBROAD
에임브로드 “37R서 손흥민이 살라흐 추월”
8000억개 빅데이터와 신경망 플랫폼서 평가
23일 최종전서 득점왕 등 향한 득점포 조준
토트넘의 ‘올해의 선수’ 후보인 손흥민이 15일(현지시각) 안방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번리와 경기에서 해리 케인이 득점하자 함께 기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인공지능(AI)도 손흥민(30·토트넘)의 가치를 인정했다. 막판 대역전이다.
국내 축구 AI 기업 에임브로드(대표 장수진)는 18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손흥민이 37라운드 시점에서 경쟁자인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 등을 처음으로 제치고 올해의 선수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021~2022시즌 둘의 대결은 줄곧 살라흐가 우세를 지켰지만, 막판 폭풍질주하는 손흥민이 리그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지난 시즌(12위·7.51점)과 비교해도 720명 선수 가운데 손흥민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손흥민은 리그 21골로 살라흐(22골)와 득점왕 경쟁도 펼치고 있다.
스포츠 수상자 선정은 대개 인간의 감에 의한 정성적 평가에 따라 이뤄진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도 손흥민 등 8명을 올해의 선수 후보로 공개했는데, 선수나 미디어, 팬 등을 포함한 심사위원단이 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개인 성향이나 선수에 대한 호감도 등 주관적 요소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먼데이 풋볼 나이트’ 프로그램의 해설위원인 게리 네빌은 최근 손흥민을 올해의 선수로 꼽았지만, 제이미 캐러거는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를 지목했다.
인간 세계에서의 의견 불일치는 일반적이다.
반면 인공지능은 대량의 데이터 입출력과 반복학습을 통해 수치로 평점을 제시한다.
에임브로드 쪽은 “8000억개의 축구 빅 데이터와 실시간 축구 신경망 분석 플랫폼을 통해 선수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디지털 코드로 생성하여 모든 선수와 팀의 기술·전술 평가를 한다”고 밝혔다.
인간의 감정과 기계의 냉혹함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2019년 12월 토트넘과 번리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다.
당시 손흥민은 여러 명의 상대 선수 사이를 70여m 드리블로 돌파한 뒤 득점했고, 이 골로 손흥민은 국제축구연맹(FIFA) 푸쉬카스상을 받았다.
하지만 에임브로드의 인공지능이 평가한 최고의 선수는 2골1도움을 기록한 해리 케인(10.96점)으로 손흥민(8.83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공지능의 평가 항목은 전술참여도, 골, 도움, 팀과 리그 전체 내 랭킹, 경기 출전 수 등 다양하다. 전술참여도는 다시 패스, 크로스, 드리블, 슈팅으로 나뉜다.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이기에 벌칙구역 부근에서 슈팅이 완성될 때까지의 연결 고리마다 측정을 한다.
득점과 도움을 올린 선수가 가장 높은 점수를, 슈팅 생산 과정에 참여한 선수들은 가중치에 따라 점수를 받는다. 선수들이 수시로 자리를 바꾸기 때문에 4-4-2 등 포메이션은 중요 요소가 아니다.
수비의 패스 차단이나 골키퍼의 선방 등은 별도로 측정한다.
에임브로드는 공격성공률(ASR), 총전술점수(TTP), 위험지역공격점수(TAP), 슈팅을 포함한 전술패턴(CTP) 등의 지표를 반영해 4~12점의 평점을 매긴다.
수작업에 많이 의존했던 축구 통계에서는 그동안 야구보다 풍부한 데이터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OTT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로 활용할 데이터가 산출되고 있다.
구단이나 감독 입장에서도 작전 수립이나 선수 평가의 자료가 많아졌다. 이미 캐스터와 해설자 없는 중계나 경기 뒤 1초 만의 기사 작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장수진 에임브로드 대표는 “인공지능은 실제 경기의 퍼포먼스 전체를 평가한다. 선수 활약이 떨어지면 점수에 즉각 반영된다.
손흥민이 리그 경기 대부분에 출장해 평점 8.2대를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23일 리그 최종 38라운드 노리치시티 원정에서 득점왕과 올해의 선수를 석권하기 위한 골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