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생중계를 보면서 실시간 데이터도 받아보세요" 축구 빅데이터 전문가 장수진 대표 AIMBROAD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생중계를 보면서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축구 인공지능(AI) 플랫폼이다. 세계 축구 팬이 이 플랫폼을 이용해 축구 보는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축구 빅데이터 전문가’ 장수진 에임브로드 대표가 최근 매치이즈온(matchison)을 오픈한 뒤 한 말이다.
장 대표는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TV 등을 통해 EPL을 보는 팬에게 휴대전화로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에 제공하는 세계 최초 시스템”이라며 “대표적인 아날로그 종목인 축구에 유의미한 실시간 데이터가 접목된다면 축구를 보는 재미가 늘어나고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EPL 경기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수집한 뒤 특정 알고리즘으로 평점이 메겨진다. 예를 들어 토트넘과 리버풀이 맞붙는다면 양 팀 평점, 양 팀 선수 평점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지금은 중계와 데이터가 각자 디바이스로 각각 제공되지만 나중에는 한 개 디바이스로 모두 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플랫폼을 개발하게 됐나.
“축구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다. 초기에는 AI 코치라는 개념으로 지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지도자 반감이 크다는 한계를 넘기 힘들어 2016년쯤 B2B에서 B2C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팬들이 축구 빅데이터를 통해 축구 보는 재미를 어떻게 하면 배가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4년 동안 총 50억 원을 들여 완성했다.”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나.
“TV 영상을 보면서 데이터를 뽑는다. EPL 1경기당 분석가 4명과 인공지능이 함께 분석하다. 공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들이 분석 대상이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 중 유효한 공격(수비)인지 아닌지를 알고리즘을 통해 구분한다. 이런 유의미한 데이터를 숫자와 그래픽을 이용해 팀·선수 평점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TV 중계와 데이터 전송은 차이가 1초 밖에 안난다. 화면으로 본 장면에 대한 데이터가 곧바로 나오니까 보는 게 자연스럽다. 지금 사람이 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더 해내도록 계속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손흥민이 인생골을 넣은 경기에 대한 분석결과를 예로 들어달라.
“토트넘과 번리가 맞붙어 5-0으로 토트넘이 이겼다. 손흥민은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케인은 2골 1어시스트를 마크했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케인에게 평점 10 ‘만점’을 줬고 손흥민에게는 9.3을 줬다. 우리 평점은 다르다. 케인은 10.13이고 손흥민은 8.44다. 손흥민이 먼 거리를 단독돌파해 엄청난 골을 넣었다. 인간의 눈으로는 높은 평점을 메기겠지만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았다. 손흥민이 케인에 비해 공격포인트, 전술 참여도, 슈팅수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드리블 거리를 70~73m 등 다르게 썼지만, 우리가 분석한 거리는 75.101m다.”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보고 평점을 메기나.
“우리는 경기 결과, 득점 못지않게 스피드, 파워, 슈팅수, 유의미한 전술적 움직임도 상당히 중요하게 본다. 그렇게 평점을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EPL 팀 순위와 우리 순위는 다르다. 3월7일 기준 실제 순위는 리버풀, 맨시티, 레스터시티,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순이다. 그런데 우리 평점 순위는 맨시티, 리버풀,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스터시티 순이다.”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
“실제 순위는 승점, 골득실 등으로 정하지만 우리는 빠르고 파워풀하며 슈팅이 많고 전술적 움직임이 활발한 팀에 높은 점수를 준다. 활발하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팀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팀이 10개 슈팅을 내주고도 실점하지 않다가 단 한 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어 1-0으로 이겼다고 가정해보자. 리그 순위에서는 A팀이 덕을 보지만 우리 알고리즘에서는 패한 상대 팀이 더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있다.”
-선수도 비슷한 방식으로 평가하나.
“2018 국내프로축구 1부리그 MVP로 선정된 선수는 말컹이다(말컹은 그해 26골, 5어시스트, 108슈팅을 기록했고 세징야는 8골, 11어시스트, 112슈팅, 84코너킥을 마크했다). 말컹은 주워 먹은 골이 많았고 골 이외 다른 방면에서 공헌도가 낮았다. 반면 세징야는 골만 적을 뿐 공격 다방면에서 돋보였다. 우리가 뽑은 MVP는 세징야다.”
-최근 오픈한 매치이즈온에는 어떤 정보가 담겼나.
“인공지능이 EPL 라운드별로 메긴 팀과 선수 평점이다. 시즌 평균 평점, 라운드 평점, 포지션별 평점 순위 등이 나온다. 양 팀이 어떻게 이겼는지에 대한 내용도 남겨 있다. 어떤 루트로, 누구를 통해 볼이 이어지다가 골이 됐는지도 나타난다. 지금은 모든 데이터가 무료다. 앞으로 유료서비스를 추가한다. 유료서비스는 베팅에 도움되는 경기 예측 정보다. 지금까지 우리 알고리즘으로 승부를 예측해본 결과 적중률이 70% 안팎에 이른다. 만일 우리 예측이 틀려 실제 베팅에서 손해를 봤다면 유료 요금 일부를 반환해주는 페이백 정책도 내놓는다.”
-지금까지 모은 EPL 경기데이터는 어느 정도인가.
“4년 동안 2800경기를 분석했다. 그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좋은 팀 1500경기를 더 집중적으로 분석해 EPL에서 좋은 팀을 정의하는 기준도 만들었다. 같은 방식으로 하면 각국 리그에서 좋은 팀 기준도 뽑아낼 수 있다.”
-앞으로 목표는.
“현재 우리는 TV 중계를 보는 팬에게 경기 전 데이터, 경기 도중 실시간 데이터, 경기 후 평점을 모바일로 제공한다. 이후에는 TV 중계에 우리 데이터를 얹든지, 우리 플랫폼에 중계를 얹든지, 디바이스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올해 말까지 구독자 100만 명을 모은 뒤 해외 진출을 추진하겠다. 구독자가 400만 명이 된다면 글로벌 광고를 붙일 수 있다. 각국 프로리그뿐만 아니라 월드컵 경기 데이터도 제공하는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싶다.”
■장수진 대표는 누구
장수진 대표는 20년 넘게 빅데이터를 연구한 전문가다. 1989년부터 두산 그룹 기획실과 정보통신회사 등에서 시스템 운영과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개발일을 하다가 1996년 독립해 JPD 인터넷을 설립했다. 장대표는 “JPD는 장PD의 영어 이니셜로 세상에 없는 걸 만드는 PD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국내 최초로 이메일 엔진을 개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는 ‘신 소프트웨어’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국내프로축구 강원FC과 빅데이터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고 ‘4차 산업혁명 축구 빅데이터’라는 책도 냈다. 2018 회사 이름을 에임브로드(AIMBROAD)로 변경했다. 인공지능(AI)을 널리 퍼뜨린다는 뜻이다. 장대표 학력은 대학 중퇴다. 장 대표는 “1983년부터 대학 두곳을 다니면서 전자를 공부했는데 배우는 게 부족하다고 느껴 모두 도중 포기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축구 전술을 “슈팅까지가는 공격 연결 시나리오”라고 정의하며 “그걸 우리가 데이터와 그래픽으로 구현했다”고 덧붙였다.